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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밥벌이에 대하여

썰팔이 블로그 2019. 7. 30. 23:00

어제는 한국에서 홍콩으로 날아오신 두 집안 아버님과 아이들과 함께 홍콩술 + 중국술을 매우 마셨는데, 한국에서 IT동네의 프리랜서로 일하고 계시는 두 아버님의 말씀을 전해듣는 시간이 되었음. 인생이 다 그렇지만 밥벌이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주고받았음.

 

이 블로그는 평소 저의 일상 + 연구 + 고심 = 아무말 하는 용도이므로, 어제 다함께 술을 푸면서 전해들은 선생님들의 한말씀 중에서 일에 대한 내용만 저의 기억을 되짚어 적어내려가 보려 함. 두 분 모두 저보다 현장경험도 많고 연륜도 풍부하신 선생님들 이므로, 한말씀 주신 것을 잘 기록해두면 저에게 좋을듯

저녁식사중 (=술을 푸는 중)

나이가 많으면 본인이 싫어도 관리자 직급 일을 해야 함. 그래서 월급을 받는 입장이라면 개발에 점점 손을 못 대고 어쩔 수 없이 도태됨. 젊은 매니저가 나이든 개발자한테 일 시키는 문화가 정착이 안 되어 있으므로 나이가 든 사람은 개발일을 할당받지 못함. 나이든 개발자는 '저사람 저 나이에 저걸 왜 하고 있느냐'소리를 듣게 됨. 학원에서 몇 개월 배운 수준인 사람은 넘쳐나는데, 경륜있는 일류 개발자는 정말로 손에 꼽음. 나이들면 다들 치킨집 하러 감. 개발자가 개발자로 자립하는 경우는 정말로 손에 꼽음.

 

기술이라는게 새로 생기는게 워낙 많아서 누구든 새로 시작하고 들어올 수는 있는데, 오래 버티는 사람 많이 못봤음. 실력이 있어야 오래가는게 아니고 실력이 없다고 잘려나가는게 아님. 주변에 보면 실력/수준이 높지는 않아도 본인이 재밌어하고 즐기는 사람이 오래 가더라.

 

SI라고 일감 수주해서 뭘 만들어놓으면, 계약종료시점까지 겉보기로 작동하도록 껍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음. 속 내용은 엉망이고, 검수 도장이 찍히고 나면 그 뒤에는 유지보수가 전혀 안됨. 프로그램 수준이 거기서 거기고, 깊이있게 뭘 하지를 못함.

 

선배들이 후배들을 끌어주는게 아니라 자기들 해쳐먹고 날라버려서 많은 문제들이 생겼음. 해쳐먹고 날랐다고 그들은 또 잘 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님. 아무도 득보는게 없는 판을 만들어 놔 버렸음.

 

 

 

1인기업으로 사업도 하고 프로젝트도 수주해서 하시는 중. 남의 일 수주받는 일과 자기 서비스 내놓는 일의 밸런스를 맞추는 중이라 하셨음. 당장 생계를 해야 하니 남의 일을 따 오기는 하는데, [내 일 vs. 남의 일] 에서 내 일의 비중을 늘리려고 어어어 하다가 잘 안되고 어어어 하다가 잘 안되고, 매우 노력하는 중

 

4인가족 생활비는 아주 최소한 월 400벌이 이상을 해야 함. 그러면 맞벌이를 하는데 그러면 아이들 봐줄 사람이 없고, 그러면 한 사람 월급은 가정 유지비(?)로 그대로 다 들어감. 아이가 자라면 혼자 움직이고 알아서 옷입고 다 할 것 같지만 사실은 갈수록 돈이 더 들어감. 

 

집안을 위해서는 당장에 꾸준히 돈 들어오는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인 사업을 안 할수는 없고, 그런데 장기적으로 돈이 얼마나 뭐가 되는지는 내 눈에는 계획이 보여도 다른 사람 눈에는 당장 안 보이니까 가족 구성원들을 설득하는게 힘들때가 많음.

 

내가 만든 아이템으로 큰돈 아니라도 돈벌이가 되는구나 - 하는 느낌이 7~8년 전에 어떤 일로 있었는데, 그때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을 먹은 계기가 되었음. 그 경험이 매우 중요했던 듯함. 

 

홍원의씨를 보면 매우 조급하다는 느낌이 있음. 뭔가에 쫒기고 있는듯. 여유가 없고 각박해보임: ㅇㅇ... 저는 항상 뭔가를 하고 있어야 안심을 하는 듯도 하고, 아직 제가 뭘 해놓은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고, 지금은 당장 제가 누구를 부양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항상 있다고 생각함. 자립을 못 하고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저 말고 다른 누구까지 부양할 만한 그릇이 안 된다는 불안감. 그래서 얼른 자립을 하면 좋겠어서 스스로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못살게 구는 느낌이 많이 있음.

 

월급받고 일 해서 돈 벌면 되지 않느냐 멀쩡히 돈 벌 수 있는데 왜 자립을 못한다고 하느냐: 근데 저는 월급받는다는 것이 일종의 구속이라고 생각함. 제가 갈망하는 자립이란 그야말로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립인듯... 특히 경제적인 것일텐데, 이루어지기에 너무 먼 것이니 매 순간이 불안한 것인듯함.

 

홍원의씨는 자기 생각하는  거의 있는 그대로를 글로 줄줄이 쏟아내는 능력이 있는 듯함. 희귀스킬이라서 매우 좋다고 생각함. 근데 너무 있는 그대로를 쏟아내놓다 보니 가끔 홍원의씨 글을 읽으면 저거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싶을 때가 많았음. 젊은 사람이니까 다 경험이고 그래도 된다 싶기도 하지만, 관련도 없는 남의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는거 아닌가 싶기도 함.

 

 

그러고 숙소인 디즈니 호텔에 돌어와서, 아이들은 레고 쥐어주고 어른들은 쓰러질때까지 2차를 들이킴

자빠질 때까지 부어라 마셔라 중

숙소에서의 한말씀은 한페이지 머신러닝 을 하는 이유가 뭐임? 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나눠보았음. 홍원의씨는 나이도 적은게 아닌데 4년 씩이나 걸리는 박사과정이라는 것을 시작하겠다고 결단한 이유도 궁금하다 하셨음. 

 

일단 저는 미혼이고, 제 몸뚱이 하나만 어쩌면 되는 거라서 리스크가 크지 않았음. 사람의 인생에서 일과 관계가 가장 중요한 두 덩어리인데, 저는 일을 손에 쥐는 대신 관계를 도려내버렸다고 생각함. 제가 저를 봐도 슬픈 일임. 제가 좀 더 열심히 살았더라면 둘 다 잡았을 것이지만, 저는 그렇게 부지런하지는 못했던듯함.

 

박사과정이 끝날 때 손에 쥐고 나오는 것이란 그동안 작성한 논문 몇 편하고 학위증 (졸업증명서)이 전부일 것인데, 저는 그것만 바라보고 박사과정을 나오지 않았음. 매번 여름/겨울방학마다 강의를 꾸준히 할 것임. 그러면 1) 4년 기간동안 강의컨텐츠가 꽤 쌓일 거라고 생각함. 어차피 여기서 밥벌이를 위해 연구하는 분야와도 합을 맞추고 그럴 것이니 어차피 제 공부하는거 퍼다가 남 주면 남도 좋고 저도 좋은거 아니겠음.

 

한페이지 머신러닝은 무료강의임.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 이것은 제가 자선사업을 하는게 아니고, 나중에 벌일 저의 기반을 닦는 밭갈이 활동이라고 생각함. 당장 수강료 받아서 돈 몇푼 버는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2) 아 쟤는 저런거 하는 애구나 하는 모양새를 사람들에게 알려두고 싶음. 저는 장학금으로 학비+생활비가 충당이 되는 중이기 때문에, 지금 강의판을 벌여서 남한테 돈 몇푼 받고 안 받고가 저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태에 있음. 그러니 강의컨텐츠를 전부 무료로 풀어도 저에게는 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음. 저는 매우 운이 좋았던 것.

 

강의를 여러번 해 볼수록 저는 관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됨. 예전에 생활코딩의 이고잉 선생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있는데, 본인은 강의를 하면서 자존감의 약주사를 맞는다는 느낌이라고 하셨음. 저 많은 학생들이 나 한 사람을 쳐다봐주고 있다는 고양감. 그래서 스스로 우울하고 동기부여가 떨어질 때마다 강의를 하는 것으로 처방을 내린다 생각한다고 하셨음. 3) 스스로 동기부여를 위한 약 인것임

 

제가 방학마다 한페이지 머신러닝을 해서 노리는 것은 저 세 가지임. 제가 졸업후 사업을 하든 취업을 하든 뭘 하면서 살지는 아직 까마득하여 모르겠지만, 나중에 졸업할때쯤 뭐라도 내 것을 내 손에 쥐고 있으면 그거 갖다가 뭐라도 되겠지 라는 생각임. 그게 전부임. 막 무슨 미래의 비전이 어쩌고 저는 모르겠고, 제가 그렇게 실력이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도 전혀 안 듦. 천재같은 사람들, 저보다 잘 하고 대단하고 잘난 사람들은 저의 주변 바닥에 발에 채일 정도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것이기 때문임.

 

저는 학위과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스타트업 차렸다고 생각하고 있음. 스타트업을 처음 차리면 3~4년 정도 기간의 death valley를 지나게 되는데, 남의 돈으로 먹고살면서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기간임. 돈이 바닥나기 전에 뭘 내놓아 잘팔리면 사는 것이고, 그게 안되면 그대로 죽는 것임. 저는 박사과정 4년 기간이 그런 것이라고 생각함. 장학금 나와서 혼자몸 밥벌이 되고, 출퇴근 없고, 24시간이 전부 저만의 시간이므로 저는 1인기업을 하고 있는것이라고 스스로를 간주함. 

 

그러면 왜 하필 머신러닝이냐. 스토리를 풀자면 길지만 매우 요약을 하자면, 저는 어릴적에 글질은 잘했지만 수학을 못했고->그래서 이과를 가서 수학을 많이 해서 잘하게 되고 싶었고->컴퓨터공학과는 고등학교 선생님이 거기 가면 취업 잘 된다고 가라 해서 그냥 간 거고->여전히 수학을 잘 하고 싶어서 수학과를 들어갔다 졸업해서 나왔고->그래도 모르겠어서 사람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알고 싶었고->그래서 내가 현재 발 디딘 바닥에서 사람 머리통하고 가장 유사한게 뭐냐 고심해보니 머신러닝이라, 저는 학부때 (2010년) 2년 정도를 머신러닝 랩에서 학부연구생 시늉을 내면서 지냈음. 그길로 그냥 흘러흘러 여기까지 온 것임.

 

제가 진실로 궁금한 것은 사람의 머리통이지, 사람의 머리통을 흉내내는 기계의 머리통이 아닌 것임. 저는 기계보다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그래서 인간의 삶을 글로 쏟아내는 쪽이 흥미로운 취미생활이고 이과계열쪽의 진로는 저의 어릴적 억울함을 달래는 용도임. 지금 머신러닝 연구라고 하는 것이 있으나, 저는 머신러닝에 대해서 무슨 비전이 있고 막 뭐를 번쩍번쩍 그런 생각이 전혀 없음. 그냥 지금 내 발 디딘 곳이니까 남에게 폐 안끼치는 정도만 잘 하자는 생각임. 제가 이 머신러닝의 바닥에서 뭘 해갖고 뭐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음. 저는 그런 능력이 닿지를 못함. 이 바닥에는 천재가 너무 많음.

 

근데 돈을 번다면 당장 연봉 몇천이 문제가 아니고 80살 90살때까지 내내 해먹을 수 있는 판을 저 스스로 만들어내고픔. 돈을 포기하고 시간을 번다는 개념으로 유학을 나와 있지만, 제가 돈을 싫어한다거나 천하다고 생각해서 밀쳐내는것은 아님. 저도 돈 많이 벌어서 잘먹고 잘살고픔. 근데 젊을 적에 월급 몇푼 더 받는것에 기대어 살면 나중에 큰일난다고 생각함. 자립이 안 되기 때문임.

 

저는 그래서 한페이지 머신러닝 강의를 할 때마다 초입에 말씀드리는 것이 있음. 저는 학생이고, 전문가가 아니며, 학교에서 이러이런것을 배워요 - 라는 식의 학예회 한다고 생각해달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시작함. 기회가 될 때마다 저는 나중에 제 홀몸+가족 밥벌이를 짊어지기 위한 장사밑천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다님.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임. 무료강의라고 해도 이것은 봉사가 아니라 사업을 하고 있는 것임.

한페이지 머신러닝 == 학예회

저는 글을 쓰든 강의를 하든 돈은 안 받지만 그렇다고 무료봉사를 하는것은 아님.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 만으로 저는 대가를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임. 진짜로 선행을 한다면 내가 선행을 한다 소리를 입밖으로 꺼내면 안된다고 생각함. 선행/봉사란 그 정의상 쥐도새도 모르게 하는 것 이기 때문임. 내가 뭔가를 입밖으로 꺼내면 남의 관심을 받고, 그러면 이미 대가를 받은 것임. 그것은 사업이지 선행이라고 할 수 없음. 사업을 하는거면 떳떳하게 나 사업한다고 말하면서 해야지 된다고도 생각함. 저는 사업을 하는 것임.

 

강의를 해서 입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함. 정작 일잘하는 사람은 책상에서 일을 하지, 밖을 나돌아다니면서 사람을 만나고 다니지 않을 것임. 그러니 저처럼 어중띈 애놈이 밖에서 설치고 다니는 것임. 저 같은 사람은 실력은 없는데 말을 팔아서 생활하는 강의충/멘토충이 되어버리는 수가 십상 (=열에 여덟이나 아홉 정도로 거의 예외가 없음을 뜻하는 말은 '십상(十常)[=십상팔구(十常八九)]')이라고 생각함. 입털어서 남을 홀리는 능력이 있기는 하더라도, 그것이 원래 능력을 넘어서지 않도록 매우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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