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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배움 에 대하여 읊어봄. 뭔가를 배울 때 도움이 되는 격언은 여러가지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는 마차를 말의 앞에 두지 말라는 것이 있음. 오늘은 그 말이 무슨 뜻인가에 대하여 실 사례를 통하여 읊어볼 셈. 왜냐하면 오늘은 실 사례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냥 띡 적어봄.
오늘은 집에서 떡볶이를 해 먹었음. 근데 집에 있는 재료를 살펴보니 정석적인 떡볶이를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음. 저는 혼자 사는 사람이고, 집에서 밥을 해 먹는 경우가 일정치 않기 때문임. 그러므로 가끔 무슨 음식을 할 때가 있으면 집에 있는 여러 식재료를 찬찬히 살펴봄. 그런데 저에게 있어서 식재료란, 사람의 입에 들어가서 탈이 나지 않을 모든 물질을 뜻함. 예컨대 보이차 라든지. 보이차는 평소에 끓여두고 먹는 것인데, 이것을 떡볶이에 넣으면 무슨 건강맛이 날까 싶었음. 보이차는 맛이 진하지 않으니, 그러면 단 맛을 함유한 꿀생강차를 넣어보면 어떨까 해보았음. 어차피 평소에 처박아두고 잘 먹지 않는 것이니까. 저는 음식을 이런 식으로 하므로, 매번 할 때마다 맛이 달라짐. 매번 할 때마다 다른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임.
그런데 누군가는 마시는 차를 누가 떡볶이에 집어넣느냐 호통을 침 직한 일임. 음식을 할 때는 맞는 재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임.
다음 사례임. 음악을 하면 어떨까 해 보았음. 노래를 만들어보니 정석적인 소리가 나지는 않음. 그냥 띵똥땡똥 하는 수준임. 저는 혼자 기타치고 노는 사람이고, 연주로 돈 버는 것도 아니고, 나만 좋으면 그만이고, 그러니 누가 듣든지 말든지 상관이 없기 때문. 저에게 있어서 운지 (運指)란, 내 귀에 들어가서 고막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소리가 나는 모든 방식을 뜻함. 코드대로 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들리는대로 가는 것임. 저는 악기를 이런 식으로 치므로, 매번 칠 때마다 소리가 달라짐.
그런데 누군가는 악기를 어찌 그런 식으로 다루느냐 호통을 침 직한 일임. 음악을 할 때는 맞는 코드를 쳐야 하기 때문임. 코드를 무시하고 아무렇게나 치면 듣는 사람도 짜증나고 소음이 되어버림. 그러니 교회에서 기타치는 오빠를 잘 관찰 해보길. (아닌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그들은 정해진 코드를 벗어나지 못함. 음악을 할 때는 맞는 코드를 쳐야 하기 때문임.
요리와 음악은 전혀 다른 두 분야이지만 공통점이 있음. 살아있는 사람이 그것을 수행한다는 것. 그리고 마구잡이로 하는 것과 기존에 알려진 방법대로 하는 것이 있음. 전자는 말이고, 후자는 마차임. 전자는 동적이고, 후자는 정적임.
화물을 운반하는데는 말도 필요하고 마차도 필요함. 말만 있으면 제멋대로 날뛰게 되고, 마차만 있으면 움직이지를 않게 됨. 둘 다 필요함. 그런데 둘은 각자 자기의 위치가 있음. 마차를 말의 앞에 두지 말라는 격언임. 말이 앞에 오고, 마차는 뒤에 오는 것임.
이것은 동적인 것을 정적인 것의 앞에 두라는 뜻임. 정적인 것은 이론/상식/개념/지식임. 동적인 것은 순간순간에 감지되고 즉시 사라지는 그 무언가임. 손에 잡히거나 개념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님. 동적인 것은 개념화를 하는 순간 정적인 것으로 굳어지기 때문. 정적인 것은 이해하기가 쉬움. 이해라는 것이 곧 개념화를 말하는 것이기 때문임. 그런데 동적인 것이란 이해하기가 어려움. 그게 대체 무엇임?
동적인 것이란, 똥싸고 오줌싸고 아무렇게나 하라는 뜻이 아님. 매 순간 반응하라는 뜻임. 그것을 가로막는 개념화를 내 앞에 두지 말라는 뜻임. 개념을 앞에 두고 사물을 보면 사물이 딱 그 개념으로만 보임. 그러면 딱 그 개념화된 데 까지만 배우게 됨. 응용이라는 것이 앞뒤로 막혀서 불가능해지는 것임. 이것은 보이차/꿀생강차 라는 개념을 앞에 두고서 사물을 볼 때를 말하는 것임. CDEFGAB라는 코드 개념을 앞에 두고서 소리를 들을 말하는 것임. 맛과 소리는 그러한 개념보다 먼저 옴. 보이차는 맛으로는 약간 쓰고 떫음. 꿀생강차는 맛으로는 달고 매움. 달고 맵다는 단어조차 개념화의 잔재임. 말로 애써 포착하려고 하지만 동적인 것은 사람의 말로 형언할 수 없음.
꿀생강차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다면 이것은 그냥 꿀과 생강의 조합임. 꿀과 생강의 조합을 떡볶이에 집어넣지 말라는 법은 없음. 떡볶이에는 단 맛도 매운 맛도 필요하기 때문임. 그러면 보이차를 넣을 바에야 꿀생강차를 넣는게 좀 더 나은 선택이 됨. 꿀생강차는 맹물에 타서 컵에 후루룩 마시는 것 이라는 개념은 그 성질을 다른 것과 섞지 못하게 막는 개념화의 덫 인 것임.
말과 마차의 비유는 음식이나 음악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님. 실상 인간이 수행하는 모든 종류의 기예에 적용되는 말임. 글쓰기든 수학이든 프로그래밍이든 마찬가지로 대어 볼 수 있음.
그래서 아래는 또 다른 예시를 가져와봄. 이번에는 제 이야기가 아니라 책에서 가져옴. 음식과 음악의 비유를 기계공학 모터사이클에 그대로 가져다가 읽어보면 도움이 될 듯. 아래 글에서 눈에 띄게 뻣뻣해졌다는 표현을 주목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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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이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가져왔을 때 나는 앞서 말한 연장으로 손을 보려 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나사를 조이더라도 헐거워진 핸들을 바로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핸들 축을 위아래로 감싸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조임 장치들의 끝 부분이 더 이상 조일 수 없을 만큼 꽉 조여 있었기 때문이다.
“끼움쇠를 끼워 넣어야겠는데.”
이렇게 말하자 그가 물었다. “끼움쇠라니?”
“아주 얇고 납작한 금속 조각이 필요하단 말이야. 저기에 있는 조임 장치 안쪽의 핸들 축 주변으로 끼움쇠를 둥글게 끼워 넣으면 조임 장치의 간격이 뜨게 되겠지. 그렇게 되었을 때 나사를 다시 조이면 핸들 축이 꽉 물려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런 끼움쇠는 온갖 종류의 기계 장치에서 간격 조정을 할 때 사용되지.”
“아, 그런가. 그걸 어디서 사지?” 그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에 있어.” 나는 맥주 깡통을 손에 쥔 채 들어 보이며 신이 나서 말했다.
잠시 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다음 이렇게 말했다. “무슨 말이야, 그건 맥주 깡통이잖아?”
“물론이지. 이 세상에서 이것만큼 끼움쇠로 안성맞춤인 것은 없지.” 나의 대답은 이러했다.
나는 내가 꽤나 멋진 답변을 했다고 생각했다. 끼움쇠를 찾으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부품점으로 갔다 오는 수고를 덜어주었으니까 말이다. 그에게 시간뿐만 아니라 돈까지 절약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이 답변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를 도대체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그는 이 모든 일에 대해 눈에 띄게 뻣뻣해졌다. 곧 그는 온갖 변명을 다 동원하여 문제를 얼버무리려 했다. 이윽고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나는 핸들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두자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한 그의 핸들은 아직 헐거운 상태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하니 그는 그때 정말로 기분이 상했었던 것 같다. 그가 1천8백 달러나 주고 산 BMW의 새 모터사이클을 감히 낡은 맥주 깡통 조각으로 수리하겠다고 나서다니!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뛰어난 독일 공학 기술의 정수를 감히!
아흐, 두 리버! (Ach, du lieber!: 독일어 표현으로 ‘아니, 이럴 수가!’의 뜻을 지님)
그 이후로 우리는 모터사이클 관리에 관해 거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다.
더 이상 이야기를 밀어붙이다 보면, 갑자기 화가 치밀 것이다. 그것도 왜 화가 나는지 이유조차 모른 채.
해명을 위해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는데, 맥주 깡통의 알루미늄은 금속치고는 연성뿐만 아니라 점성도 뛰어나다.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적응력이 완벽한 것이다. 알루미늄은 또한 습기가 많은 기후에서도 녹슬지 않는다. 아니,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알루미늄의 표면에는 산화 피막층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산화 현상을 방지한다. 요컨대, 완벽한 금속이다.
다시 말해, 반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뛰어난 독일 공학 기술을 자신의 배경으로 갖고 있는 진정한 독일인 정비사라면 그는 아마도 이 특별한 기술적 문제에 내가 제시한 이 특별한 해결책이 완벽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얼마 동안 나는 내가 이렇게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의 눈에 띄지 않게 맥주 깡통을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서 한 조각 오려낸 다음 그 조각에 남아 있는 글자든 도안이든 깨끗이 지워버리고, 그걸 가지고 와서 운이 좋게도 독일에서 특별히 수입한 끼움쇠가 마침 한 장 남았다고 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했으면 만사가 잘 해결되었을 것이다. 철강 왕 알프레드 크루프 남작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엄청난 손해를 보고 팔아치울 수밖에 없었던 특별 끼움쇠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존은 아마도 얼이 다 빠질 정도로 열광했겠지.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p. 108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떠나는 철학적 오디세이과거 정신병의 경력을 가진 화자와 정신병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는 그의 아들 크리스의 17일 간의 모터사이클 여행의 기록이자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로버트 메이너드 피어시그의 대표작이다. 소설인 동시에 가치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이기도 한 이 작품은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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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뭐든지 자유롭게 잘 배움. 빠르게 배우다가 어른이 되면 학습능력이 줄어듬. 로그 그래프와 같음. 어릴 때는 아는게 없지만 잘 배우다가, 어른이 되면 아는게 많지만 새로운 것을 잘 못 배우게 됨. 그것을 설명할 수 있음. 어릴 때는 정적인 것이 아예 없고 동적인 것만 있음. 나이가 들 수록 정적인 것이 많이 생기고 동적인 것이 줄어듦.
그렇다고 바보같이 하나도 안 맞게 마구잡이를 하라는 말씀인가 함. 그렇슴. 배울 때라면 그래야 함. 연주회장에 가서 바보같이 굴면 안 되겠지만 집에서 뭔가를 혼자 공부할 때는 바보가 되어야 함.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내다 버려야 함. 그래야 새로운 것을 보게 됨. 새로 배우려고 학습을 하는 것인데, 새로 배우는 것을 가로막는 개념화를 붙들고 있으면 안 되지 않겠음? 혼자 있을 때는 바보가 되는 것이 새로운 것을 배우게 해줌. 아이들은 바보같지만 빠르게 배움. 개념을 자기 앞에 두고 사물을 보지 않기 때문임. 덕분에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를 왜곡없이 봄. 새로운 것을 쑥쑥 잘배움. 어른은 그렇지가 않음.
그러므로 동적인 것의 쓰임은 기술을 잘 구사하고 잘나게 되는데 있는 것이 아님. 자유로워지는데 있는 것임. 그 수준이 높거나 낮음을 따지는 데 있는 것은 정적인 개념들임. 동적인 것의 실용성이라면그 수준에 있지 않음. 정적인 것을 흡수하는 능력을 높여준다는데 있음.
아래는 다른 책에서 인용 을 해봄. 이번에는 음식이나 음악, 기계공학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에 대해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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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마음은 어떻게 지식을 축적하는지, 왜 축적하는지, 그게 어디에 필요한지, 그리고 어디에서 자유에 방해가 되는지 보세요. 원가를 하려면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차를 운전하고, 어떤 언어로 말하고, 기술적인 일을 하려면 여러분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좀 더 능률적이고,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일반적이면 더 좋겠지요. 지식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식인 정보로 가득 차 있는 마음이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아니면 마음은 그런 지식을, 다시 말해 과거의 것인 지식을 늘 가지고 다녀야 할까요? 그런 과거, 그런 지식을 가지고 다니다가 현재와 마주치면 갈등이 생깁니다. 내가 어제 당신을 만났는데, 당신은 나한테 칭찬을 늘어놓거나 아니면 나를 모욕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지요. 그것은 지식에 없어선 안 되는 요소입니다. 과거의 것인 그 지식, 내가 당신에 대해 만들어놓은 그 이미지를 가지고서 나는 오늘 당신을 만납니다. 따라서 당신과 나 사이에는 갈등이 있습니다. 이건 아주 단순한 겁니다.
관찰자는 지식의 저장소입니다. 여러분 자신이 이것을 알아내십시오. 그게 더 재미있답니다. 따라서 관찰자는 과거입니다. 그 지식을 가지고서 판단하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에 관해서도 아주 똑같은 일을 합니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심리학자를 통해 얻었습니다. 자기가 무엇인지 배웠거나, 자기 자신에 대해 배웠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리고는 그 지식을 가지고서 자기 자신을 살펴봅니다. 신선한 눈으로 자기를 살펴보지 않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알아, 내 자신을 알고 있다고. 좀 꼴사납긴 하다. 보기 드물게 훌륭한 점도 있지만, 다른 것들은 끔찍할 정도네.”하고. 그는 이미 판단을 내렸고, 그의 판단은 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그것이 그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의 지식입니다. 따라서 그 사람은 절대 자기 자신에 대해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알아내지 모소합니다. 관찰자가 관찰되는 대상과는 다르기 때문인데, 그것을 그는 자기 자신이라고 합니다.
…
마음이 자유로워야만 자유롭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는 것은 지식을 축적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배우는 것은 움직임인데 반해 지식을 축적하는 것은 정지된 상태입니다. 축적된 지식에다 더 보탤 수도 있겠지만 그 핵심은 정지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정지 상태에서 사람은 움직이고, 살고, 그림 그리고, 글을 쓰며, 세상의 모든 짜증스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그것을 자유라고 합니다. 그러니 마음이 알려져 있는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겠습니까?
- 배움과 지식에 대하여. p. 61
배움과 지식에 대하여
『배움과 지식에 대하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직면해있는 13가지의 문제를 크리슈나무르티의 철학을 통해 해결하는 '테마 에세이 시리즈' 의 하나로 '배움과 지식'을 얻기내기 위해서는 지식의 한계를 이해해야 그 움직을 전체를 통찰하게 된다는 크리슈나무르티의 가르침을 발췌해 모아놓은 책이다.그는 지식 그 자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식과 실제로 일어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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