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패키지
남들 좋다는 직장 때려치고
남들 좋다는 결혼도 안하고
불화살 떨어지는 홍콩땅에 날아와 궁상을 떠는 꼴을 보자니
저는 한숨이 나옴
그래도 저는 꿈이 있었음.
헛된꿈도 아니고
현실이 되기에 매우 그럼직한 꿈이 있었음
그래도
내 나이대의 누구는 연봉이 억 이라더라
내 나이대의 누구는 월급이 800 이라더라
그런 소리가 솔직히 매우 거슬림
누구는 몇달후에 결혼한다더라
누구는 아이가 몇살이더라
그런 소리도 솔직히 매우 거슬림
다른 사람을 비난할 일은 당연히 아니고
내가 선택해서 여기 온 거니까
그리고 내가 내 것을 단단하게 손에 쥐기 전에
취업이나 결혼을 하면
아니 되겠다는 고심을 하다가
홍콩의 이 땅에 날아온 것이므로
짐을 다 내가 져야지
되는것임...
취업이라고 다 좋은게 아니고
결혼이라고 다 좋은게 아닌데
취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돈을 버는 동안은
꼼짝없이 남의 일을 해 주면서 내 인생을 써야 하는 데다가
40살 50살이 되어갈수록
너 필요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것임
오직 젊은 시절에 돈 번다는 것만으로 좋은게
취업임
결혼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맞벌이는 맞벌이대로 고되고
육아는 육아대로 고되고
가정사 모든 일이 언제나 칼같이 나눠진다는 개념이 없으니
이리 억울하고 저리 억울하고
이리 부딪히고 저리 충돌나고
오직 내 편이 되어줄 가족이 존재 한다는 것만으로 좋은게
결혼임
이라고 저는 생각함
세상사에는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고 생각함
이게 좋아서 집어들면 패키지로 나쁜것도 줄줄 따라붙고
저게 좋아서 집어들면 패키지로 나쁜것도 줄줄 따라붙고
사람 사는게 다 그런듯
그래서
취업과 결혼의 단점을 내가 뒤집어 쓸 자신이 저는 없었으므로
내 것을 먼저 단디 생산해내자
그러면
언젠가 세월이 지나서
취업과 결혼의 단점을 내가 뒤집어 쓸 날이 왔을 때에
저는 무탈히 견딜 것이라는
계산 이었음...
그래서
혼자 살면
장점도 단점도 많음
이것도 패키지인 것임
장점이란
혼자 사니까
내 방에서 빨개벗고 춤을 추든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음
나는 자유임
단점이란
혼자 사니까
입을 안 열게 됨
말수는 점점 줄고
사회성이 말라간다는 기분이 매우 듦
유학을 오면
장점이란
24시간이 그냥 다 내 시간임
연구실 할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결국에는 내 성과물 내자는거지
누구 다른사람 뒷바라지 하는게 아닌 것임
나는 남의것 해줄 필요가 전혀 없이
내 것만 만들면서 세월 보내다 나가면 됨
단점이란
돈을 못벎
밥은 먹고 사는데
딱 밥만 먹고 삶
혼자 날아온 유학 이란
그래서
장점도 풍부하고
단점도 풍부한 패키지 였던 것임
대신에
취업의 단점하고
결혼의 단점을
스킵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는 것임
그래서
저는 아직 꿈이 있음
사람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알아내서
이것도 배우고 저것도 배워야지 <- 이건 이제보니 좀 아닌거 같고
내가 지식을 후벼파서
다른사람한테 전해주는 일을 하면서 살다가 가고픔
사람은 어떻게 배울까
기계는 어떻게 배울까
그걸 누가 알겠음
그래서
후벼파는 쪽의 일을 연구 라고 부르고
전해주는 쪽의 일을 교육 이라고 부르는 것임
저는 둘 다 하는 중인데
기계 쪽도 많이는 모르지만 어지간히는 알고
사람 쪽도 많이는 모르지만 어지간히는 알고
그러니 치킨반 후라이드반 하듯이
섞어서 풀어낼 수가 있는 것임
세상에서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일
그것이 아직 돈 되는 형태로 보이는건 아니지만
아지랑이처럼 가물짝 가물짝 거리는 수준 인듯
그래도 없는 건 아니므로
잘 길러서 수확을 노려봄
이것이 어지간히 자라면
그때가 되면
저는 정년이 없이
백살까지 내손으로 내밥벌이를 하다가 가도록 해주는
내것
을 손에 넣게 될 것이라는
계산 이었음...
계산을 했으니
다른건 다 내버리고
계산한 것을 손에 쥐겠음
하고서 날아온것임
그래도
저도 사람의 마음이라
견뎌야 하는 시간이 힘겹기는 하고
계산 외의 것들도 불쑥불쑥 튀어나와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원래 계산한 바는
아무튼 되어가는 중
그러면 그것 만으로도
저는 매우 복받은 일생일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