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선과 머신러닝 모델 관리술

썰팔이 블로그 2019. 8. 16. 14:16

나는 원래 생각이 많지만,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여러 읽으면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나는 국어영어는 아무 노력도 안하고 할만한데 수학과학은 큰 노력을 들여도 못하겠을까'

 

십오년 전 고등학생때 처음 의문을 가졌고, 고 2때 이과를 선택해서 갔다. 수학을 많이 하면 수학을 더 잘 하게 될 줄 알고, 가보니까 어려운 것을 더 많이 하므로 성적은 더욱 떨어지고 말았다. 그 뒤로는 군대에 다녀오고 수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졸업하고 나왔다. 수학을 못하는 줄 알지만 이전과 마찬가지 논리로 수학을 많이 하면 수학을 더 잘 하게 될 줄 알고 일부러 그랬다.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았다. 대수학이니 해석학이니 더 어려운 증명을 하면서 성적은 더욱 떨어지고 말았다. 그 뒤로는 일반화하여 이런 의문을 품게 되었다.

 

'사람이 뭔가를 억지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학습 효과도 좋은 그런 방법이 있는데,

어릴 적에는 그렇게 배웠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어떻게 하는지 잊어버린, 그런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게 뭘까'

 

통섭이니 인지과학이니 머신러닝이니 하면서 십여년이 넘도록 오만 키워드를 물고 이리저리 돌고 돌다가 이제서 그 의문을 해소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났다. 책에서는 모터사이클로 대표되는 수학, 과학, 그런 이성의 논리에서 꼼짝 못하게 되는 상황이 왜 발생하는가,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를 짚어준다. 

 

과학이나 기술 공학 분야에서 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아니, 이는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다. 별도리 없이 꼼짝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전통적인 관리 방법의 측면에서 볼 때 최악의 순간이란 바로 이 같은 순간이다. 너무도 난감한 상황이어서 당신은 그런 상황에 빠져들기 전에는 이에 대해 아예 생각조차 하려 하지 않게 마련이다. 이제 관리 지침서는 당신에게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는다. 아울러, 과학적 이성도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는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찾아내기 위해 그 어떤 과학적 실험을 할 필요도 없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는 너무도 명백하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홈이 망가진 나사를 빼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가설이지만, 과학적 방법은 이 같은 가설들 가운데 어떤 것도 당신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애초 가설들을 세울 수 없으니 과학적 방법도 동원할 길이 없다. 
...
이 지점에서는 두려움과 분노의 감정이 뒤섞여 폭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하여 당신은 끌과 망치를 사용하여 옆면 덮개를 떼어내고 싶어 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대형의 쇠망치로 끌을 내려쳐 옆면 덮개를 떨어져 나가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이런 해결책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런 해결책에 대해 점점 더 오랫동안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모터사이클을 통째로 높은 다리 위로 들고 가서 그 아래로 내던지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게 될 수도 있다. 그처럼 아주 작은 홈이 이처럼 완벽하게 당신을 패배시킬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가.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p.495

당신이 직면해 있는 난관은 너무도 엄청난 것이긴 하나 서양의 사유 체계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난관이며서양의 사유 체계가 경험해본 적이 없는  공간이다당신은 무언가 묘안을무언가 가설을 필요로 한다서양의 전통적인 과학적 방법은 불행하게도 어디에 가야 이처럼 필요한 가설을 좀더 많이 얻을  있는가에 대해 정확하게 말을   있을 만큼의 충분한 마음의 여유를 누려본 적이 없다전통적인 과학적 방법은 시력은 뛰어나지만 앞을  보는 헛똑똑이기껏해야  같은 헛똑똑이에 불과한 존재일 뿐이다전통적인 과학적 방법은 당신이 어디에 있었던가를 확인하는 데는 훌륭한 역할을 한다당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의 진위를 테스트하는 데도 훌륭한 역할을 한다하지만당신이 가야 하는 곳이 과거에 당신이 가고 있던 곳으로부터 이탈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곳이 아닌 경우당신이 어디로 가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당신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한다창조성독창성창의력직관상상력 - 한마디로 말해, "꼼짝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능력"- 완벽하게  영역 바깥쪽에 존재한다
                                                                                                                                            -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p.496

나는 글을 쓸 때와 달리 코드나 수식을 쓸 때는 그렇게 숨이 막히고 꼼짝못하는 상황에 처하고는 했다. 지난 10여년 학과 공부를 하는 내내 그랬다. 나에게 수학이나 코딩이란 매번 턱턱 숨을 막히게 하는, 그래서 하라면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것이었다. 나를 숨막히게 하는 그 느낌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고2때 무작정 이과를 간 이후로 여태 이 길로 인생이 흘러오게 되었다. 나는 인문계열의 사상을 가지고 이공계열의 공부를 하고 있으니 그런 줄 알았다. 이제는 두 사상이 본래 하나이며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을 말하면서 의도가 없다고 할 때 이것은 무 (無), 없는 것이다. 없다는 것은 0이라는 말이 아니고 1이라는 말도 아니다. 0이나 1이라고 결정지을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결정할 필요 없는 것을 일부러 결정하지 않는 채로 내버려둔다는 말이다. 컴퓨터에 전원이 안 들어간 상태를 말한다. 0과 1은 전원이 들어간 후에야 어떤 의미를 갖는다. 0은 1이 있음으로 그 의미를 갖는다. 1도 0이 있음으로 그 의미를 갖는다. 전기를 꽂지 않으면 그것은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태다. 사람에게 의도가 없다는 건 그런 식이다. 자연스럽고 동시에 효율적인 기예, 턱턱 막히지 않는 기예를 발휘하려면, 모든 것을 무로 돌리고,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긴장만이 남은 상태에 머무르면서 전원이 들어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근원을 찾아서 오랜 세월을 보냈지만 이 이상의 논의는 있음직하지 않은데, 무 이전에 대체 무엇이 있을 수 있겠나 싶다. 이 곳이 사유의 마지막 장소일 듯 하다. 그런데 결론이 무 이므로, 결론내지 않는 결론이다.

"그러니까 제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나는 생각에 잠긴  물었다.
"참된 기다림을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을 배울 수가 있지요?"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이지요단호하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버려서오직 의도하지 않은 긴장만이 남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의도를 가지고 무의도적으로 되라는 말씀입니까?" 하고 나도 모르게 반문했다.
"아직 어떤 학생도 그런 질문을  적은 없습니다그래서 나도  답은 모르겠군요."
"그럼 언제 그런 새로운 연습을 시작하게 됩니까?"
"때가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 마음을 쏘다 p. 55

어떤 분야의 어떤 공부를 하든 간에, 그 목적은 기술을 발휘하여 돈을 버는 일이 아니다.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모든 기예의 목적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것과 내가 춤추듯이 하나가 되고, 마침내 그것이 완결되었을 때는 말할 수 없는 평화를 느낀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 그것을 가로막게 되는 이유는 정적인 질을 움켜쥐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과제를 수행할 그러하듯, 모터사이클을 놓고 작업을 해야 일은 마음의 평화를 계발하여 자신의 자아와 자신의 주변 환경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이외의 다른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된다. 마음의 평화는 올바른 가치를 낳고, 올바른 가치는 올바른 생각을 낳는다. 올바른 생각은 올바른 행동을 낳고, 올바른 행동은 고요함이 물질적으로 현현(顯現)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그런 작업-, 누가 보더라도 확연히 감지할 있을 만큼, 모든 것의 중심부에 고요함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작업- 낳는다. ... 만일 우리가 세계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그리하여 이를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일은 무엇일까. 우선 정치적 성격을 인간관계를 논의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일이 없다는 것이 생각이다. 인간 관계는 주체와 객체 양자 사이의 관계로 가득 , 필연적으로 이원론적인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오로지 개개인의 가치가 올바를 때만 사회적 가치는 올바른 것이 된다. 세계를 나은 것으로 만드는 일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우선 우리 자신의 마음과 머리와 손이고, 여기에서 시작하여 외부를 향해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p. 526

앞으로는 내 인생을 통하여 선과 머신러닝 모델 관리술을 추구하면서 살아봐야지 생각한다.